조지 아저씨의 정원은 언뜻 보기엔 사람 손을 탄 것 같지 않다. 빵 한 조각과 머그잔 하나 곁에 놓고 투박한 나무 의자에 앉아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 좋아 뵈는 퉁퉁한 아저씨 발치로 척 보기에도 기름져 뵈는 흙이며 그 시커먼 흙 위에 놓인 도구들을 뜯어 보면 사람 손이 가기는 한 것 같은데 온갖 나무며 풀이며 꽃들이 저 하고 싶은 대로 무성한 모양새가 이 정원을 돌보는 이는 꽤나 게으르거나 꽤나 무신경하겠거니 싶다.

하지만 조지 아저씨를 만나고 나서 아저씨의 정원을 들여다보면, 정원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정원의 식구들, 그러니까 토끼며 고양이며 고슴도치며 커다란 나무들처럼 큼직큼직한 것들은 물론이고 잠자리나 나비나 하다못해 풀 한 포기조차 아저씨 성품을 그대로 닮아 있다. 고양이가 곁에 있어도 도망갈 생각을 않는 태평한 새들이며 겨우 꽃 한 송이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오지랖 넓은 생물들은 조지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자기들을 이 정원에서 함께 사는 한식구라고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아저씨가 가꾸는 정원은 인공적인 냄새가 확 끼치는 성형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가장 큰 녀석부터 아주 조그마한 녀석까지 제 목소리를 내며 복작복작 살아가는, 정감있고 살내 나는 곳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천국 같은 곳에 살고 있어도 은연중에든 일부러든 남들과 자기 처지를 견줄 만한 계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아저씨는 옆집을 넘겨보고 자기 식구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옆집 이야기를 한바탕 늘어 놓는다. 다른 식구들도 호기심이 나고 조금은 시샘이 났겠지만 옆집에서 살겠다고 나선 것은 유독 가장 작은 꼬맹이 데이지. 아마도 데이지는 너무 어려서 자기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하는가 보다. 조지 아저씨의 사랑법은 아저씨가 정원을 가꾸는 모양처럼 하나하나의 생명을 존중하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이다. 저 하고 싶다는 대로 꼬맹이 데이지를 옆집에 옮겨 심어 주고서 눈을 붙이지 못하는 아저씨의 내리사랑이 가슴 뭉클하다.
꼬마가 이사간 옆집은 조지 아저씨의 정원과는 딴판이다. 구획해 놓은 듯이 반듯반듯한 잔디밭 위로는 틀림없이 1주일에 한번쯤은 잔디깎이가 지나간 흔적이 역력하고, 꽃밭은 한가운데에 가장 키큰 나무가 서 있고 빙 둘러 차츰 키가 작은 나무가 서 있는 꽉 짜인 모양새가 웬지 병영 같은 느낌이다. 울퉁불퉁한 나무 벤치 대신에 적잖게 돈이 들었음직한 파라솔이 놓여 있고, 조지 아저씨네 정원에서 지천으로 볼 수 있는 “온갖 잡새”가 아니라 커다란 새 두 마리가 떡 버티고 있으며, 정원의 임자도 누덕누덕 기운 옷이 아니라 말쑥한 옷을 빼입고 있다.

이 정원의 임자도 나름대로 자기 정원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법은 조지 아저씨와는 사뭇 달라서 꼬마 데이지 같은 흔하디흔하고 보잘 것 없는 풀에게는 야박하게도 돌아올 몫이 없다. 꼬맹이가 자기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그들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에, 아저씨 정원 위로 걸린 밤하늘에는 별이 꽃처럼 흩뿌려져 있고, 저도 끼여 들고 싶은지 올빼미가 까꿍 하고 내다보고 있다. 색연필과 파스텔로 칠한 부드러운 그림이 따뜻한 이야기와 맞물려서,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만큼이나 마음 훈훈하게 하는 그림책이다.